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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비를 부르는 레이콘 (休)

[비를 부르는 레이콘] 17. 어메이징 배내골의 아침

by 레이콘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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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부르는 레이콘] 16. 불쇼와 고성방가가 함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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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블로거 레이콘의 실제 여행기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누워있다가 나도 모르게 기절을 해버렸고, 오전 9시가 돼서야 겨우 일어났다.

새벽 2시 정도까진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고, 대부분이 그냥 퍼질러 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폰을 들어 처참한 광경을 기록하였다.

 

 

 

아주 잘 퍼질러 자고 있다 ㅋㅋ

시간이 한참 지난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대부분이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을 준비를 하였다.

즉석밥하고 라면을 모두 꺼내서 준비를 하였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데우지?"

"어제 먹은 사람이 알겠죠."

"?? 나는 밥이 돼있길래 그냥 먹었는데 뭐지;"

 

아무리 찾아봐도 전자레인지가 없었고, 딱히 데울만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제는 누가 어떻게 데워서 들고온지 미스테리할 정도였다.

 

한참 찾아나서다가 전기밥솥을 하나 찾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전기밥솥에 즉석밥을 뜯지도 않고 통채로 넣는 괴상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ㅋㅋㅋㅋ 이거 플라스틱 다 녹을 것 같은데... 뭐 어떻게든 되겠죠;"

 

뭔가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하겠지 싶어서 맡기고 가려는데, 때마침 5컵 정도 되는 양의 쌀을 들고오는 것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일용한 양식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우와 이런 건 또 어디서 가져왔대? ㅋㅋ"

"아까 나가서 조금만 사왔어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러고보니 선발대 4명 중 2명을 아침부터 본 기억이 없었다.

마트까지 가려면 꽤나 먼 길을 가야됐는데, 정말 부지런하게 움직여준 덕에 구제가 되었던 것이다.

 

"충분하고도 남지! 그런데... 밥솥 저기 쓰고있는데 뭘로 하지;"

"그 주방 밑에 구석에 보면 커다란 거 하나 있는데 그걸로 하면 돼요."

"뭐? 그런게 있었다고??"

 

그리고는 주방으로 가서 찾아보니 진짜로 아주 은밀하게 숨겨져있는 커다란 전기밥솥이 있었고, 곧바로 쌀을 씻은 뒤...방황을 하였다.

알고보니 상태가 매우 이상한지라 제대로 켜지지가 않았고, 물의 양은 맞췄는데도 뭔가 잘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찜찜했지만 그냥 그대로 취사를 눌렀고, 그렇게 모두가 찜찜한 기분은 뒤로한 채 다른 것을 준비하러 갔다.

 

 

 

라면과 문제의 전기밥솥. 큰 전기밥솥은 안 찍었다...

나머지 할 일이 없는 몇 명이서 방을 전부 치우고 있었다.

30분쯤 치우니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고, 이제 잘 됐나 싶어서 먼저 즉석밥을 확인하러 갔다.

그런데 마치 전기밥솥과 한 몸이 된듯 계속 누르고 있는 우성이를 보고는 물어봤다.

 

"밥은 잘 됐나? 음...? 밥솥을 왜 누르고 있노;"

"아... ㅋㅋㅋㅋㅋㅋ 이거 안 누르고 있으면 그냥 꺼지던데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뭐고 쌀을 넣은 게 아니라서 그런가 ㅋㅋㅋ 참 고생이 많네;"

 

그리고 쌀을 넣은 밥도 확인을 하러 갔는데...

 

"아 오빠 이거 망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선발대 중 한명인 로미가 아주 실소를 하며 말을 하였고, 나도 그 밥을 확인하는 순간 똑같이 실소를 하게 되었다.

죽도 아닌 것이 뭔가 설익은 듯 한알한알 분할을 하는 이상한 밥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개꾸졌네 왜 이렇게 됐지; ㅋㅋㅋㅋㅋㅋ 에라이 그래도 그냥 먹자!! 이거라도 어딘데!!!"

 

 

이후 얼마나 지났을까.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먹으려는데 아주 처참한 몰골을 하는 밥들을 볼 수 있었다.

즉석밥은 너무 오래 누르고 있어서 플라스틱이 녹은 것 하나에 덜 데워진 밥도 4개가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식어서 답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쌀밥은... 그래도 그나마 먹을 수는 있을 정도이긴 했다.

매우 어설프고 망하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준비가 된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인지라 그냥 모두가 불만없이 실소인듯 아닌듯 웃으며 마지막 식사를 하였다.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 밥이 왜 이래!"

 

분위기를 깨는 아주 잣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편에 계속↓

 

[비를 부르는 레이콘] 18. 에스키모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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