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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비를 부르는 레이콘 (休)

[비를 부르는 레이콘] 18. 에스키모 바이러스

by 레이콘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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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부르는 레이콘] 17. 어메이징 배내골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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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블로거 레이콘의 실제 여행기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아졌다.
그래서 일단은 수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먼저 먹고 보자고 했고, 이후 다 먹고 나서 정리를 할 때 이 에스키모의 실체를 듣게 되었다.

"점마 준비도 하나도 안 했으면서 불만만 ㅈㄴ 많아요. 아까 햇반(즉석밥)도 인당 하나씩인데, 지 혼자 다 쳐먹으니깐 다른거 몰래 뺏어가지고 다 먹고 새거 밑에 깔아놓고 모른 척 하고 막 그랬어요."
"아 그리고 뭔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친해질려고 해도 트러블 메이커니깐 반 애들도 이제 손 놨어요. 사람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죠."

에스키모가 예전에 학교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최대한 잘 지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다보니 다들 손을 놓게 되었는데, 나는 그래도 같이 놀러온 만큼 최대한 같이 끌고가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말을 했다.

"참... 문제가 많네... 일단 놀러는 같이 왔으니깐, 나중에 정 안 되면 직접 말해볼테니깐 집에 갈 때까지만 그냥 잘 놀다 가보자."

다들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이미 같이 온 이상 집에 갈 때도 같이 가야되었기에 그냥 푸념을 하는 분위기었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니 정리가 거의 다 끝났다.
그런데 어제 먹던 수박이 조금 남았는데 버리긴 아까운지, 이걸 누가먹을지 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몇 명이 갑자기 수박을 들고 누가 빨리 먹나 대결을 하는 것 마냥 통으로 들고 먹었다.

그 모습은 마치 며칠을 굶주린 좀비와도 같았고, 모두가 그냥 버리고 맞은편으로 버스를 타러 갔다.

 

 

 

 

굶주린 좀비들의 수박 먹방
맞은 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를 타고 갈 선발대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니 버스가 왔는데 오우 이런 맙소사... 아주 만원 버스가 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겨우겨우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어찌어찌 탔고, 가축을 수송하는 버스인 마냥 꽉꽉 채운 버스가 움직였다.

 

한 1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웬 정신병자가 난동을 부리는 듯한 괴성이 들리는 것이었다.

 

"내려!!! 내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였고, 나 또한 뭔가 싶어서 두리번거렸다.

기사님도 약간 신경질적으로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었는데, 그러더니 곧장 내리는 문을 여셨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리는데, 다름 아닌 그 문제의 에스키모가 내리는 것이었다.

순간 사람들에게 일부러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개빡치기 시작했고, 나는 내리는 그 놈의 뒷통수에 대놓고 욕을 쏟아냈다.

 

"뭐고 이 X발놈은. ㅈㄴ 민폐X끼네. 꺼져라 X발놈아."

 

에스키모가 내리자마자 아주 광속으로 문이 닫혔고, 광속으로 버스가 출발하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일행으로써 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였고, 그렇게 사람들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뒤에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내렸고, 그제서야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단체로 한숨을 내쉬며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였다.

 

"에휴 X발...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 저런 놈하고 같은 반이고... 에휴..."

 

그러더니 옆에 앉은 우송이가 나에게 놀러와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씩 말하는 것이었다.

 

"점마 저는 다행히 다른 반인데, 진짜 아까도 장난 아니었어요. 옆에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릎 뒤쪽(오금)에 지 무릎대고 굽혀서 움찔하게 하는 그거 있잖아요? 그런걸 하지 않나, 또 트름한 뒤에 하 내밀지 않나, 그래서 우리가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 기분 나쁜지, 더 머라하니깐 내린다고 저 X랄한 거에요.

"?? 진짜 그랬다고?"

"네. 안 믿기겠지만, 진짜 그랬어요. 미친놈이라니깐요. 친구한테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진짜 괜히 다들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하 X발 개노답이네..."

"또 행님들 다 주무실 때 새벽 3시쯤인가? 지 혼자 TV 음량 30까지 켜가지고 시끄럽게 하길래 줄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쌩까고 그냥 쳐듣더라구요."

 

그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고, 모두가 잘 지내게 하려고 했던 나의 노력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앉아서 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에스키모에 대한 말이 계속 들리다가, 희주의 역대 최고의 한이 맺힌 말을 듣게 되었다.

 

"에스키모 진짜 하... 말도 마세요. 진짜 생각하기도 싫어요. 이번에도 같이 간다고 했을 때 떼놓을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미 간다고 말해서 어떻게도 안 되고 진짜 안 올까 생각도 했었어요.

 

평소에 누구를 욕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희주이기에 당황스럽고 의아할 정도였다.

 

"전에 갑자기 폰을 위로 들더니 셀카를 찍데요? 근데 그게 셀카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제가 나오게 사진을 찍은거라 폰 달라고 거의 협박식으로 해서 겨우겨우 지우고, 제가 뭐 하고 있으면 항상 와서 두리번거리고 짜증나 죽겠어요."

"금마는 항상 아무한테나 그러나?"

"아뇨, 저 한테만 그래요. 그래서 하... 예전에 또 남친한테 도시락 싸준다고 사진찍은 거 보더니 갑자기 지 폰에 85라고 적고 보여주는거에요. 그래서 그게 뭐냐니깐 점수라고 하데요? 참나 어이가 없어가지고. 지 한테 한 것도 아닌데 지가 뭔데 그러냐구요."

"병X이네. 지가 뭔데 점수를 왜 쳐매기노. 차라리 100점이라고 했으면 기분이라도 좋지."

"하..."

 

희주가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접근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면 끝나는 것이었겠지만, 과대였기에 마냥 에스키모를 버릴 수만은 없고 모두를 끌고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계속 저런식이니 면상을 후려치지 않은 것이 정말 보살이 따로 없을 노릇이었다.

 

이제 나는 에스키모가 역대 최고의 병X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후 2학기때 학교 가는 전철 안에서 마주쳤을 때 X발것의 에스키모가 갑자기 옆자리에 쳐 앉길래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서 옆칸으로 옮기기도 하였다.

이후 더 이상의 병X은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보다 더욱더 최강병X인 암세포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나의 인생에 있어서 또 어떤 병X이 나올 지 두려움이 먼저 앞서게 되었다.

 

 

배내골을 갔다온 지 2달 쯤 되던 때, 모두가 환호할만한 대박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세레모니를 찍게 되었고(사진이 없어졌다...), 보답으로 통영으로 놀러가겠다는 말이 엄청난 나비효과가 되어 순식간에 여행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으니 이젠 비가 안 오겠지!!!'

 



↓다음 편에 계속↓

 

[비를 부르는 레이콘] 19. 어쩌다보니 통영

reicon.tistory.com/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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