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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3. 304가 쏘아 올린 작은 불씨

by [REICON] 레이콘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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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2. 치사량에 도달한 정신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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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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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으니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3. 304가 쏘아 올린 작은 불씨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암세포는 뒤쪽에서 스크랩을 정리하고 왔다.

'스크랩'이란 코일을 가공할 때 나오는 잉여 잔재물로, 그것들을 따로 묶고 재질을 적은 뒤 한쪽에 정리해서 보관을 한다.

그런데 오자마자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저 뒤에...스크랩...강종(재질)이 뭐고?"

"조금 전에 한 거 뺀 거잖아요. 이 과장님이 물어보신 그거요."

"..."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인 마냥 목을 앞으로 내민 뒤, 몸을 18도 정도 옆으로 꺾은 상태에서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사람을 개무시하듯 그냥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저 개ㅈ같은 표정을 볼 때마다 개패고 싶어서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말을 더 했다간 진짜로 폭행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았기에 별 수 없이 그냥 조용히 닥치고 스크랩을 확인하러 갔다.

그런데 오우 X발 뻐킹 갓뎀 맙소사... 진짜 보자마자 충격으로 아주 기겁하다 못해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할 뻔했다.

무려 스크랩에 붙어 있는 PVC에 '304'라고 아주 친절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짜 이 X발 ㅋㅋㅋㅋㅋㅋㅋ ㅈ같인 암세포 개병X X끼 X발롬은 숫자도 쳐 못 읽나? X발 오늘 진짜 말해줘야겠다 개X발 진짜 ㅈ같네. 하... 인생 X발...'

 

순간 혼잣말로 개쌍욕을 하였고, 일단 암세포를 찾아가기 전 다음 작업할 코일을 준비하러 갔다.

 

이걸 보고도 304인줄 모른다고? 아무리봐도 316, 430으론 보이지 않는데.

코일을 기계에 걸고 있는데 암세포가 왔다.

개빡쳐서 쌍욕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우주를 넘었지만, 마음을 최대한 가다듬고 암세포가 준비를 해야 되는 코일을 감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봤다.

 

"저기 작업 준비는 다 했어요?"

"으...저기 준비?"

"그러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여기일까요? (X발놈아?)"

"...그...아직..."

"하... (X발...) 일단 가볼게요."

 

가까스로 쌍욕을 참으며 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준비를 했는지 확인을 하러 갔는데, 역시나 우주만물이 흘러가는 순리대로 아주 당연하게도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한 두 번도 아니라 4달 동안 아주 꾸준히 계속, 그것도 점점 퇴화하여 밑바닥을 뚫은 능률을 끊임없이 봐왔기에 내가 진짜로 암에 걸린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1980년생이면 원숭이띠인데, 이 암세포는 진짜로 원숭이가 되고 싶어서 일부러 지능을 퇴화시키는 걸까 싶기도 하고.

마침 생긴 것도 닮아서 진짜 원숭이가 겹쳐 보이기도 했고.

차라리 진짜 원숭이였으면 친근감이라도 느꼈겠지만...

 

영혼이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말을 하기도 싫을 정도로 정신에 무리가 갈 정도였지만, 더 이상 참았다가 진짜로 응급실에 실려갈 것 같아서 있는 가까스로 있는 힘을 쥐어짜서 얘기했다.

 

"하....... 이거... 할 줄은 알죠?"

"어...할 줄은 알지."

"근데 왜, 대체 왜 안 했어요?"

"그...스크랩...저거 한다고."

"하..."

 

힘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며 몸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았다.

욕을 할 기력도 나지 않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공기의 흐름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식이 나를 위한 방식인가?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아니면 진짜 나의 길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그것이 대부분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확실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뇌하다가 적어도 나는 최소 이 암세포보다 미래가 확실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는 겨우 정신을 차렸고, 이제 더 이상 참았다간 화병에 걸려 쓰러지다 못해 병원 신세를 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확실하게 쏘아붙였다.

 

"형님. 진짜 참다참다 얘기하는데, 여기 진짜 안 맞으니깐 다른 업종(회사)을 찾아보세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발전도 없고, 저만 더럽게 짜증 나고 힘들어 죽을 것 같으니깐 제발 부탁 좀 할게요. 예? 요즘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아서 집에 가면 짜증밖에 안내요. 진짜 부탁이니깐, 다른 데를 찾아보세요. 그냥 다 필요 없으니깐, 진짜 저를 위해서라도 제발, 다른 곳을 찾아보라구요. 예?"

"..!?"

 

마치 지금까지 자신 편인 사람이 갑자기 돌변한 것을 본 것 마냥 놀라는 암세포였다.

지금까지 계속 경고 메시지를 줬는데도 대충 듣고 무시한 건가 싶었기에 기분이 참 개같았지만,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10초 정도 마주 보았을까.

그동안에 이 암세포는 매우 놀랍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거북목인 마냥 목을 앞으로 내밀었을 뿐,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어이가 없을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앞으로 뻗을 수 없는 나의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정말... 인생에서 가장 긴 10초를 경험하였다...

 

 

한 10분 정도 지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시 암세포가 작업 준비를 했는지 확인을 하러 갔다.

지능이 너무나도 퇴화하여 준비를 해도 절반은 틀렸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항상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곤 했다.

그런데 X발 맙소사... 작업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는 기본적인 준비조차도 전혀 하지 않았고, 또 X발것의 스크랩을 정리하러 간 것이다.

이 X발새X는 일부러 쳐맞고 싶어서 환장한 X끼라는 것이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고, 결국 참다못해 폭발해버린 나는 아주 큰 소리로 쌍욕을 질러버렸다.

 

"야이 개X발 하라니깐 ㅈ도 안 하고 X랄인데!! X바아아아아아알!!!!!!!!!"

 

순간 차장님과 대리님이 놀라며 나를 봤고, 나는 X발X발 거리며 작업 준비를 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귓구멍에 18년 된 귀지를 쳐박아 둔 암세포는 당연히 듣지 못하였고, 심술이 난 건지 그냥 12살 어린놈한테 쫄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지능을 가진 것인지 3일간 나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일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계속 고통을 받고 있었다...

X발 누가 좀 살려주세요... 진짜 제발...

더 이상 참았다가 쓰러질 것만 같다... X발...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4. 고통의 나날과 그것을 비웃는 살인적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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