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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개빡치다 못 해 주체가 되지 않는 나는 퇴근을 하고 나서도 빡친 상태를 유지했고, 매우 불행히도 그 빡침은 집에 도착을 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하..."
평소에 회사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아내가 의아해하며 말을 했다.
"? 오자마자 한숨을 쉬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하..."
"일이 많이 힘들었어?"
"하..."
작년 말에도 암세포에 대해 몇 번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냥 '회사에 병X이 하나 있다'라고만 언급했을 뿐 길게 말을 하지 않았기에 자세한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앓다가 곪다 못해 개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만 같았기에, 살기 위해서 속사포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X발, 회사에 암세포가 하나 있거든. 그 미친놈이 진짜 X발 ㅋㅋㅋㅋㅋㅋㅋ 내 ㅈㄴ 어이가 없어가지고. 하라는 것도 쳐안하고 이상한 것만 쳐하질 않나, 온 지 4달 됐는데 할 줄 아는 것도 ㅈ도 없어서 내가 진짜 뒷바라지 쳐하고 있다. 출근하자마자 그 X끼 본다는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못해 X발 그냥 개팬 다음에 깽값 물어주고 퇴사시켜버릴까 생각을 하루에 수 백번은 하는 것 같다. 진짜 아오... 그 X끼만 생각하면 소주를 깡으로 2병 원 샷 할 수 있다 진짜... 대가리를 깰 수도 없고."
"응..?"
갑작스럽게 내리꽂는 욕설이 섞인 하소연을 듣고는 다시 한번 의아했다.
그리고 조금의 정적이 지난 후에 마음이 담긴 위로를 해주었다.
"여보, 그 이상한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든가 봐. 여보는 잘하니깐 조금만 참아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아니 금마는 절대로 나아질 수 없다... 차라리 식물한테 가르치는 게 더 빠르겠다..."
정말 울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를 원망을 할 수도 없었다.
암세포를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고, 그래도 나를 위해 위로를 해주니 고마움을 느끼는 게 맞았다.
정말... 집으로 초대해서 상판대기를 보여주고 고통의 나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하지만 오늘 또 암세포를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당연히 ㅈ같을 수밖에 없었고, 출근을 영혼과 바꾸고 싶을 정도로 하기 싫어서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개썩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매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아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여보, 얼른 준비하고 가야지. 많이 피곤해?"
"하... 잠은 딱히 안 오는데... 하..."
"그러면 어디가 좀 아파?"
"하... 회사 가기 ㅈㄴ 싫다... 암세포 X발 또 봐야 된다... 하..."
"아..."
내가 정말 안쓰러워 보였는지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나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도 회사는 가야지. 그 암세포인가 뭔가 신경 쓰지말고 조심히 일하고."
"하..."
아내는 차마 그 암세포를 욕을 할 수는 없었는지 그냥 배웅만 해주며 나를 위로 해주었다.
그리고 이 정말 별 것 아닌 위로에 그나마 힘을 받고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마냥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었다.
출근을 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때와 같이 작업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같은 팀인 강 과장님이 웃으며 오시더니 말씀하셨다.
"섭섭아, 느그 행님 ㅋㅋㅋㅋ 느그 행님 어디갔노 ㅋㅋㅋㅋ"
"아아아아아아~~~!!!!!!!! 저게(암세포) 왜 우리 행님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사실 예전에도 암세포를 보며 '느그 행님'이라고 말하곤 하셨지만, 지금은 듣기만 해도 정신이 부서질 정도라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느그 행님 ㅋㅋㅋㅋ 니랑 쿵짝이 잘 맞는다이가 ㅋㅋㅋㅋㅋㅋ"
"쿵짝쿵짝 패고 싶은 거겠죠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그러지 마라 ㅋㅋㅋ 느그 행님 ㅋㅋㅋㅋㅋ 니랑 환상에 콤비를 자랑하지 않나 ㅋㅋㅋㅋ"
"환장의 콤비겠죠 ㅋㅋㅋㅋ 하... 저거 진짜 돌아삐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느그 행님 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주 같이 술 무러 가나?"
"아니 과장님 ㅋㅋㅋ 제가 왜 점마랑 갑니까... ㅠㅠ"
매우매우 웃기기도 했지만 정신 공격이 너무 제대로 침투해버리는 바람에 발암을 겪어버렸다.
암세포만 없으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만, 정말 인생무상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ㅈ같은 현실은 암세포가 회사를 나갈 생각이 없다는 점이었다.
얼마 후인 1월 9일 목요일, 팀끼리 아침 조회를 할 때였다.
그때 마침 암세포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몇 분 기다려도 오지 않자 차장님이 물어보셨다.
"도겸씨는 왜 안 오노 진짜."
그러자 강 과장님이 또 나를 엮으며 말씀하셨다.
"어제 섭섭이랑 둘이 술 진탕 마셔서 이미 변기통이랑 한 몸이 되어 있을 겁니다. 맞제 섭섭아 ㅋㅋㅋㅋㅋㅋ"
"아!!! 과장님 제가 왜 저런 거랑 술을 마셔요 ㅋㅋㅋㅋㅋ"
"니 소울메이트 아니가 ㅋㅋㅋ 느그 행님 ㅋㅋㅋㅋㅋ"
"소울메이트라뇨 ㅋㅋㅋ 소울메이트 했다간 영혼이 잡아 먹혀서 다신 못 돌아올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느그 행님 ㅋㅋㅋㅋㅋ"
때마침 저쪽에서 아주 느긋하게 걸어오는 암세포가 보였고, 눈치를 주니 정말 다행히도 그제야 허겁지겁 서둘렀다.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히다 못해 온 몸이 떨리고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ㅈ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암세포는 뭐가 그렇게 쳐웃긴지 나를 보고 졸라게 쳐웃는 것이었다.
다른 업종 찾아보라는 말을 하고 3일 동안은 아무런 말도 안 걸더니, 마치 '이제는 풀렸겠지?'라는 생각이라도 한 듯 텔레토비에 나오는 태양 속 아기가 울고 갈 정도로 아주아주 해맑게 쳐웃는 것이었다.
저 살인적인 웃음은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단순히 주패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죽여버리고 싶을 충동이 생길 정도였고, 왠지 나를 진심으로 만만하게 보는 것 같은 확신도 들었기에 이번에는 진짜로 면상을 후두려 갈길 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겨우겨우 참고 넘겼지만, 온몸이 떨리는 이 ㅈ같은 느낌은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사람이 한계치까지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겪고야 말았다.
나도 X발 졸라 보살이다 진짜 하...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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