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6. 장점은 무엇인가

by 레이콘 2020. 10. 20.
반응형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5. 화산폭발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4. 고통의 나날과 그것을 비웃는 살인적인 웃음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3. 304가 쏘아 올린 작은 불씨 ↓이전 글 보기↓ [암세포

reicon.tistory.com



↓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reicon.tistory.com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6. 장점은 무엇인가

 

굼벵이라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쓰레기도 재활용 등의 쓸 곳이 있듯이, 매우 놀랍게도 아무리 X발것의 짜증나는 핵폐기물의 암세포도 장점은 분명히 있었다.

 

 

처음 회사에 왔을 때는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일을 가르쳐야 되기에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의 얘기나 찍는 방법 등 여러가지 새로운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 때 사진 찍는 것에 취미가 있기도 했었기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래서 많이 물어보기도 하면서 시간도 굉장히 빨리 갔었다.

물론 그런 얘기들이 많아질수록 회사 일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살짝 ㅈ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기라 적응을 하는 단계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이런 점이 한 달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씨부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일을 먼저 하자는 말과 눈치를 주는데도 마치 녹음 된 FLAC 파일인 것 마냥 아주 서라운드로 똑같은 말로만 씨부리는데, 마치 정말 싫어하는 음악 파일을 무한 스트리밍 하는 것만 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

게다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앞에 다녔던 회사의 일도 섞어서 하는데, 이럴 때마다 봉제 인형처럼 입을 꿰메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회사에서 면장갑을 끼고 드릴과 비슷한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가 오른손이 완전 발살이 났고, 그로 인해 1년 가까이 재활 치료를 받고 나서도 오른손이 잘 안 움직일 때가 있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혐오한다는데 왜 계속 씨부리는지는 정말 미스테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씨부려서 일부러 다친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했고.

 

 

일을 하면서 폭이 얇지만 200kg이나 되는 코일을 어깨에 멜려고도 했을 정도로 몰상식하고 위험한 짓거리들을 많이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다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벤딩끈에 살짝 베이는 경미한 부상은 입긴 했지만, 자칫 잘 못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 일을 하고 갔다는 불의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코일을 거는 부분에서 조작을 잘 못 했다간 기계가 완전히 박살날 수도 있는데도 단 한 번도 기계를 박살내지 않고 무사히 넘겼다.

진짜 할 줄 아는 것도 ㅈ도 없고 일도 제대로 안할려고 하면서 항상 정신은 안드로메다의 좀비의 세계로 가있었기에 초대형 사고를 칠 줄 알았지만, 정말 의외로 그런 초대형 사고는 단 한 번도 저지르지 않았다.

 

물론 무식하게 확인도 안하고 코일을 그냥 임의로 돌리다가 가공 나이프를 죄다 부셔먹는 등의 대형 사고는 당연히 저질렀고, 사람을 울화통이 터지다 못 해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발암은 꾸준히 지속이 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실상 일을 조심히 해서 초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을 ㅈ도 하지 않아서 초대형 사고가 터질 명분이 전혀 없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기계에서 샌 기름이 바닥에 묻어 있었는데, 내가 그걸 밟고 뒤로 가꾸라진 적이 있었다.

안전모를 쓰고 있었는데다가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도 않아 그냥 조금 놀라고 말았지만, 암세포가 진심으로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바닥에 있는 기름들을 아주 열심히 닦는 것이었다.

이 때가 암세포가 온 지 두 달 쯤 지났을 때인데, 아무리 일을 잘 못하고 다른 말만 씨부리지만 최소한 인성이 모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 점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막 대하지 못 하였고, 사실상 장점이라기보다 단점인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암세포가 회사를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고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안이기에, 그냥 이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단점이자 적폐 그 자체였다.

 

 

그리고 1월 17일, 드디어 원하고 원하던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7.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6. 장점은 무엇인가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5. 화산폭발 ↓이전 글 보기↓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4. 고통의 나날과 그것을

reicon.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