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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7.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by 레이콘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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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6. 장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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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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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7.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1월 17일 금요일,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출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암세포가 출근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ㅈ같았지만, 무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른 부서로 쫓아낸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너무 미친듯이 들떠서 암세포가 암하르방이 되든, 좀비가 되든, 불량 AI가 되든, 하드디스크가 없는 좀비 PC가 되든 거들떠보지도 않고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하였고, 그로 인해 금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1월 20일 월요일, 드디어 암세포는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게다가 대리님은 직급이 과장으로 승진이 되었고, 그렇게 모든 일이 잘 풀리며 희망의 빛만 비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두가 암세포를 너무 얕잡아봤고, 이미 바이러스를 곳곳에 심어서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다.

 

 

작업 하나가 끝나고 가로 벤딩을 하나 하려고 했다.

그리고 잘라놓은 벤딩끈으로 하려는데, 정말 아주아주 살짝 짧아서 벤딩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벤딩끈을 놔두려는데, X발 생각해보니 이 벤딩끈은 무려 금요일 퇴근하기 직전에 암세포가 잘라놓은 것이었다.

어떻게 알고 용케 잘라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일부러 그랬다는 듯이 아주 절묘하게 딱 10cm만 길어도 어찌어찌 벤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로 짧게 잘라놓은 것이었다.

그러자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한 최 과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짧나? 이거 누가 잘랐노?"

"하... 금마(암세포) 일부러 이 X랄 한 것 같은데요..."

"아..."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하는 표정의 과장님의 표정을 보았고, 나 또한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점은, 전에는 상상을 초월하게 길게 잘라서 개빡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아주 절묘하고도 심리가 불편해질 정도로 살짝 짧게 잘라서 개빡치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벤딩끈의 길이를 재연한 것. 보고만 있어도 불편해 미쳐버릴 것 같다. (뒤쪽에 접어진 부분은 벤딩 클립 탈출 방지)

 

며칠 뒤, 스크랩(가공 잔재물)을 정리하려고 했다.

스크랩 또한 코일과 비슷하게 따로 기계에 걸어서 돌돌 말은 뒤 따로 빼내는데, 그 스크랩을 옮기기 위해서는 벤딩 끈을 넣고 느슨하게 묶은 뒤 호이스트(크레인)의 고리를 벤딩끈에 걸어서 옮겨야 했다.

벤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벤딩 클립에 벤딩끈 앞부분과 뒷부분을 모두 넣어 교차시킨 뒤, 결속기나 자동 벤딩기로 벤딩 클립 부분을 찍어서 풀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벤딩끈을 묶으려는데 이런 개X발 뻐킹 갓뎀 맙소사... 벤딩끈을 잘라놓은 끝 부분이 너무 휘어있어서 벤딩 클립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한쪽만 넣었을 때는 들어가지만 양쪽을 넣으려고 하면 별의별 X랄발광을 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개빡치는 점이 여기 벤딩끈은 모두 암세포가 잘랐는데, 모든 벤딩끈이 그런 것이 아니라 멀쩡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작위로 섞여 있었다.

며칠 동안 멀쩡한 것만 잡은 것도 정말 신기한 일이지만, 마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인 마냥 이제야 기어 나온 것이었다.

 

"아 X발!!"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같은 현장에 없어도 사람을 이렇게 개빡치게 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당장 찾아가서 왜 이따구로 해놨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괜히 가서 상판대기를 봤다간 개빡쳐서 대가리를 벤딩해버릴 것만 같았기에 참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인생이었다.

 

정말... 폭행이 합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 ㅈ같은 나날이었다...

 

벤딩끈 끝 부분이 휘어져 있는 것(왼쪽)과 반듯하게 잘린 것(오른쪽). 어떻게 이걸 보고도 그냥 놔둘 수가 있지?

 

며칠이 흐른 뒤, 나는 엄청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불과 다른 부서로 간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엄청났기에 여기까지 들린 것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8. 호루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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