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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9. 악성코드

by 레이콘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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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8. 호루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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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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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9. 악성코드

 

시간이 흘러 2월이 되자마자 나에게도 따뜻한 봄날이 오는 듯 새로운 분이 오셨고, 그렇게 2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암세포가 없다보니 2주 동안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들이킨 듯 엄청난 항암 효과가 있었고, 그렇게 점점 팔자가 펴고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암세포를 투하시킨 부서에서 잔업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컨디션도 괜찮고 최소한 암세포 만큼은 절대로 잔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는 곧바로 지원을 했다.

그리고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암세포는 정말 당연하게도 잔업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진짜 몇 번이나 당하고도 아직 파악 못한 핵멍청이 저리가라는 듯 아직까지도 그의 위상을 얕보고야 말았다.

 

 

가공되어 나온 판이 파렛트 위에 겹겹이 쌓이면 기계를 이용해 내보낸 뒤 그것을 벤딩 끈으로 묶고 결속기를 이용하여 벤딩하는 작업인데, 부서가 다르다 보니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벤딩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기계 조작판은 손도 대지 않고 벤딩만 주구장창 해야만 됐는데, 여기는 벤딩을 워낙 많이 하는 곳이기에 벤딩 끈을 쌓아놓는 곳 옆에 벤딩 끈을 자르는 곳이 있었고, 그 자르는 곳에는 잘라져 나온 판의 폭에 알맞은 크기로 벤딩을 할 수 있게 선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온 뒤 일이 시작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벤딩 끈을 들고 미리 쌓아져 나와있는 판을 벤딩을 하기 위해 묶었는데 그 끈이 꽤나 길었고, 그로 인해 불편한 것은 둘째 치고 파렛트 아래쪽에 말려들어가 성질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끈은 또 왜 이렇게 긴 건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때마침 여기서 일하고 계신 사원분이 오시길래 물어봤다.

 

"이거 벤딩 끈, 계속 파렛트 밑에 말려 들어가는데 이거 본래 이래요?"

"아뇨, 본래 딱 맞게 자르는데 이번에 자른 것들은 조금 길 거에요."

"아 역시... 하... 대체 누가 잘랐을까요..."

"그 누구더라, 새로 오신 분?"

"새로 오신 분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돼요?"

"그 슬리터(내가 있는 부서)에서 오신 분 있잖아요."

 

순간 물어보고 아차 싶었다.

그리고 추가로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그 도겸씨인가?"

 

X발... 아니나 다를까 가는 곳마다 어지럽히고 일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악성코드인 1980년생 41세 진도겸씨였고,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었기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서 일 하는 분들이 전부 암세포 일리도 없기에 조금만 생각해봐도 누군지 짐작을 할 수 있었는데, 마치 내가 악성코드에 감염이 되어 또 다른 악성코드가 된 것 마냥 너무 당연한 것을 물어본 나에게 자책을 하기도 했다.

 

정말... 원격으로도 사람을 개빡치게 할 수 있는 그의 엄청난 능력에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서 쉬는 시간이 되었다.

담배는 피지 않지만 얘기라도 할 겸 밖에 같이 앉아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주 자연스럽게 암세포의 대한 말이 나왔고, 그러던 중 암세포와 같은 날에 입사하신 분이 나에게 물어봤다.

 

"그 도겸이형 있잖아요, 왜 여기로 왔대요?"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알고 있겠지만 일부러 물어본 느낌이 짙었기에, 나는 엄청난 죄책감으로 고개를 떨구며 대답을 했다.

 

"하... 죄송합니다... 저도 살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고는 마치 얼마나 쌓였는 지 알아챈 듯 엄청나게 웃었고, 그리고는 나에게 한풀이를 하듯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번 주에 회식 갔었거든요. 그런데 반장님들은 반장님들끼리 따로 얘기하고, 여기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 또 따로 얘기해서 도겸이형은 별 수 없이 저랑만 얘기 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일 얘기만 하는데, 그것도 여기 일이면 저도 아니깐 대화라도 될 건데, 계속 앞에 회사 얘기만 하고 무슨 알아먹지도 못 할 사진 찍는 방법이나 스튜디오에 대해서 얘기만 하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하... ㅋㅋㅋㅋㅋ 할 줄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어서 아마 그것만 얘기 했을 거에요."

"진짜... 아마 지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거에요. 발음도 이상해가지고 더듬거리면서 말하는데, 이런말하긴 좀 그렇지만 어디가 좀... 흠..."

 

갑자기 무슨 말을 할 지 머뭇거리기에, 아주 정곡을 찌르며 얘기했다.

 

"졸라 모자라죠? 아주 정확히 짚으셨어요. 벌써 그런 것을 아시다니 정말 보는 눈이 좋으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오늘 좀 신기했던 게, 아침에 저한테 오늘 잔업 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오늘 제사 있어서 집에 빨리 가야한다 막 그러데요."

"미친 X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잔업을 쳐시키지 X발. 그 X끼는 지가 일을 ㅈㄴ 잘 하는 줄 알아요. 제사는 X발 개뿔. 콱 마 제사상으로 만들어뿔라 X발."

 

순간 개빡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하고 쌍욕이 튀어나왔다.

옆에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전부 웃었고, 그러다가 옆에 계신 배 과장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섭섭아 니 도겸이 너무 싫어하는거 아니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면 되나 ㅋㅋ 제사상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하고 ㅋㅋㅋㅋㅋ"

"하... 금마는 진짜... 아오 진짜!... 제가 고통 받았던 것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통이 터져버려 거품 물고 쓰러질 것 같아요. 아까 벤딩 끈도 더럽게 길게 잘라가지고 성질 뻗치게 하고, 그냥 답이 없어요. 하......."

 

생각 할수록 더더욱 빡침이 몰려오다 못해 폭발을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개빡친 감정을 표현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암세포의 위상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3월이 되었고,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암세포의 퇴사 소식이 들렸다.

드디어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나고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20.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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