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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8. 호루라기

by 레이콘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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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7.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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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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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8. 호루라기

 

암세포가 다른 부서로 간 지 1주일 정도 지난 1월 말 즈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장님께서 오시더니 작업 준비가 한창인 나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시며 물어보셨다.

 

"섭섭, 니 점마(암세포)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쳤나?"

 

벌써 어마어마한 일이 터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크게 쉬며 해탈한 듯 말했다.

 

"에휴... 점마는 한 평생 가르쳐도 뚜까패지 않는 한 절대로 안될 겁니다. 30번은 넘게 얘기해도 알아먹지도 못 하고, 차라리 진짜 소 귀에 경을 읽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 그냥 포기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점마가 뭐라는 지 아나? ㅋㅋㅋㅋㅋㅋㅋ X발 H/L(Hair Line 재질)보고 '호루라기'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가면 갈 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암세포였다.

과연 사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더 이상 떨어질 것이 없는 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밑바닥을 돌파하여 내핵을 뚫고 지구 반대편으로 나올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어이가 없다 못해 굉장히 웃겨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설명은 드려야겠다 싶어서 더 말씀드렸다.

 

"이거 헤어라인은 회사 처음 왔을 때 이사님과 현장 돌면서 제일 처음으로 배웠던 겁니다. 물론 저도 30번은 무슨 300번은 말을 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맞나? ㅋㅋㅋㅋㅋㅋㅋ 졸라 X발 ㅋㅋㅋㅋㅋㅋ 호루라기란다 X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디서 나온지 알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X발 ㅋㅋㅋㅋㅋㅋ 호루라기 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우리 아들 보고 'H/L'이 뭐냐고 물어봐도 호루라기라고는 안 하겠다. 진짜 점마는 ㅋㅋㅋㅋㅋ... 그냥 답이 없다. 전에는 뭐라고 했더라? 해오라기?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전설의 해오라기 사건도 있었다.

암세포에게 PVC(비닐)에 배와이어(슬링 벨트)를 걸어놔라고 했더니 당시 1980년생 40세인 진도겸씨는 이상한 곳으로 향했고, 그래서 다시 불러서 왜 하라는 것 안 하고 다른 곳에 가냐고 물어보니 세상에나... '해오라기'를 하라고 해서 갔다고 대답했었다.

암세포가 진짜 최고의 병X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 정도로 굉장한 충격적이고도 자존심 상하게 웃긴 대사건이었고, 그 이후로 3달이 지나고도 기억이 생생하게 날 정도로 인상 깊게 남아있을 정도였다.

 

"ㅋㅋㅋㅋ 해오라기에 이어서 호루라기까지 그냥 답이 없습니다..."

"하 X발 진짜 ㅋㅋㅋㅋㅋ 내가 그때 얘기했거든. 모르면 겐또(지레짐작) 찍지 말고 물어보거나 그냥 모른다고 하라고. 일을 하다보면 모르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하니깐 그런 것들은 물어봐서 확실히 알아야 된다고 그랬거든. 그 때 얘기 졸라 많이 했었는데, 나도 X발 짜증 나서 더 이상 얘기 안 했다."

"에휴..."

 

정말 들을수록 웃음을 동반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호루라기는 또 어디서 나왔을까.

혹시 'H/L'라서 'Horu Lagi'로 읽은 것일까.

아니면 지능이 너무 높다 못해 3000년대의 사상을 가져서 2000년대에 사는 우리가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일까.

상식을 벗어나다 못해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충격을 매번 선사하는 것도 정말 엄청난 능력인 것 같았다.

 

정말... 다른 곳으로 가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핵폭탄을 던져준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작하는 하루였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9. 악성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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