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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2. 치사량에 도달한 정신공격

by 레이콘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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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1. 신년 맞이 대가리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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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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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2. 치사량에 도달한 정신 공격

 

벤딩끈 사태가 지나간 날 오후, 작업 중에 같은 팀인 이 과장님이 잠깐 오셨다.

나를 보면 '섭섭이 괴롭히러 왔다~' 이러시며 장난을 치시는 분이었고, 또 내가 암세포를 지나치게 싫어하니 그렇게 대놓고 싫어하면 쓰냐고 말릴 정도로 암세포에 대한 악감정이 있진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평소와 같이 오시자마자 나를 괴롭히러 왔다고 하시다가, 갑자기 작업지시서를 안 보이게 뒤집으며 암세포에게 물어보셨다.

 

"도겸이, 지금 하고있는 작업이 뭐고?"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워낙 멍청하고 생각이란 것 자체가 없는 데다가 신년 맞이 대가리 포맷까지 했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데, 드디어 그런 모습을 이 과장님께도 보여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암세포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졸라 쳐웃으면서 말을 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말고, 지금 하는 작업이 뭔데?"

"ㅋㅋㅋㅋ...그...ㅋㅋㅋㅋㅋㅋ.."

"모르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ㅋㅋㅋㅋㅋㅋㅋ...모르겠...는데요...ㅋㅋㅋㅋ..."

"야이... 적어도 지금 하는 작업이 뭔지는 알아야지. 집중하고 다음부턴 잘 봐놔라."

 

과장님이 가시고 나서야 작업지시서를 보고 지금 하는 작업이 뭔지 알게 된 암세포였다. 알게 된 것인지 아는 척을 좀 해보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정신없이 여러 가지를 하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정확히 뭔지 헷갈리거나 깜빡할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본 세팅만 하는 것이니깐.

하지만 모르면 눈치가 보이는 그런 것이 있어야는데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쳐웃기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다음 주 월요일인 1월 6일, 작업 중에 다시 이 과장님이 오셨다.

그리고는 전과 같이 작업지시서를 안 보이게 뒤집은 후 암세포에게 물어보셨다.

 

"지금 하는 작업이 몇 t(두께 mm)고?"

 

이번에는 지금 하는 작업의 두께만 물어보셨다.

세팅할 때 두께 정도는 말을 하기에 나는 아무리 그래도 두께 정도는 알 것 같다는 과대평가를 하기 시작했고, 마치 축구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가 차기를 기다리는 것 마냥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키커는 대차게 홈런을 날리게 되었고, 암세포는 졸라게 쳐웃으면서 말도 안 하고 고개만 도리도리 하고 있었다.

저 살인적인 웃음은 정신에 타격치가 너무 커서 치사량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과장님도 충격이 너무 컸는지 표정이 완전 굳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과장님은 아주 크고 깊은 한숨을 쉬시면서 고개를 떨구었고,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동적인 한 마디를 하셨다.

 

"섭섭이 니가 진짜 고생이 많다..."

 

아주 많은 뜻이 담긴 역대 최고의 위로였다.

마치 쓰레기로 둘러싸인 산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본 것처럼.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암세포의 지능이 퇴화하다 못 해 밑바닥을 돌파한 것을 깨닫게 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X발...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3. 304가 쏘아 올린 작은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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