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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1. 신년 맞이 대가리 포맷

by [REICON] 레이콘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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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0. 모두가 알고있는 암세포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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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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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1. 신년 맞이 대가리 포맷

 

많은 사람들이 해가 바뀌면 신년 계획을 세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거나, 단점들을 고쳐본다거나, 그리고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게 다듬는 등 여러 가지의 계획들을 세운다.

그런데 40세에서 41세로 올라간 1980년생 암세포는 대가리를 포맷하여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더욱더 발암력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1월 2일, 어느 때와 같이 작업 하나가 끝난 뒤 포장을 하기 위해 벤딩을 하려고 했다.

가공을 하고 재고로 놔둔 다음에 CR(다른 부서)에서 샤링(Shearing)하는 일명 '재고'작업이었는데, 샤링이란 코일을 풀어서 일정한 길이에 맞게 네모난 판으로 자르는 일이다.

그런데 암세포인 41세 진도겸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목인 마냥 목을 앞으로 내민 뒤, 몸을 18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은 상태로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더니, 마치 오늘 회사에 처음 오는 것 마냥 기본 중에 기본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거...재고가..?"

 

X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작업지시서에 당당하게 한글로 '재고'라고 적혀있는데 그걸 물어본 것이다.

 

"...작업지시서 안 보셨어요?"

"작업지시서...그...이거 어디로...가지?"

"하...작업지시서에 재고라고 적혀있잖아요."

"재고라고?"

 

네 X발 재고라구요. 니 면상도 재고구요 개XX야.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가르쳐주는 것을 포기했다지만, 적어도 한글로 적혀있는 것은 보고 알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 조차도 과대평가였던 것이다.

 

"네 재고라구요. 적혀 있잖아요."

 

그리고는 또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목인 마냥 목을 앞으로 내민 뒤, 몸을 18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은 상태로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으로 10초 정도 있다가, 진짜 머리를 포맷하지 않는 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질문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암세포였다.

 

"이거...박스 포장...해야되나?"

 

네 X발놈아. 그럼 X발 이걸 굴려서 갈까요 X발.

지금 나온 사양이 암세포가 입사한 지 4달이 넘는 기간 동안 최소 100개 이상은 한 것이였지만, 신년 맞이 대가리를 포맷한 좀비 PC 진도겸씨는 모든 기억을 다 잃어버린 것 마냥 몰라서 물어본 것이다.

 

진짜 이 X끼가 2명이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참으로 ㅈ같은 하루였다...

 

샤링의 원리를 두루마리 휴지로 간단히 표현한 것.

 

 

다음날인 1월 3일, 또 어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가공이 끝나고 가로 벤딩을 하는 코일이 있었는데, 벤딩 끈을 각 폭에 맞게 자를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암세포가 벤딩끈을 자르는데, 분명 넉자(1220mm) 폭이 나왔는데 표시된 부분보다 훨씬 길게 자르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기겁을 해서 암세포에게 물어보았다.

 

"저거 넉자인데 벤딩 끈을 왜 이렇게 길게 잘라요?"

"저거..가로 벤딩...가로...해야되...ㄴ...다."

 

뭐라고 쳐씨부리는거야 대체.

동문서답을 하는 암세포였지만, 다시 한번 차분히 말을 했다.

 

"그게 아니라, 저거 넉자인데 왜 이렇게 길게 자르냐구요."

"저거...가로 벤딩...해야되는 거...아니...가?"

"아니 그건 맞는데, 왜 이렇게 길게 자르냐구요."

"저거...가로 벤딩...할려고 잘랐지..."

 

아오 X발 진짜 면전에 쌍욕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진짜 단순 대가리를 포맷을 시킨 게 아니라 하드디스크 자체를 뽑아버린 것인지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말을 섞었다가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그냥 개썩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하려는 찰나, 차장님께서 나를 보시더니 물어보셨다.

 

"섭섭, 뭔 일 있나?"

"하... 진짜 회사 오기 싫은데요..."

 

진짜 버르장머리 없는 말이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차장님께서 눈치를 채신 듯 오히려 위로를 해주셨다.

 

"아... 점마(암세포) 저거 진짜 안된다. 온 지 4달 넘었는데 제대로 하는 것도 없지 않나? 이사님께 계속 말씀드리고 있는데, 여기가 회사다 보니깐 다른 팀으로 막 보내기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여기도 새로운 사람이 와야 보내고 할 건데 그것도 안되고. 아니면 그냥 3명이서 하면 안 힘들겠나?"

 

팀은 5명과 암세포 하나지만, 2명은 인접한 곳에서 따로 일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4명이서 같이 일을 하는데, 4명이 사실 딱 맞는 인원이라 한 명이 빠지면 많이 힘들어져 다른 팀에서 지원이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4명으로 위장한 3명과 좀비 하나이기에 좀비를 퇴치할 필요가 있었고, 없는 것이 낫다며 강력하게 말씀드렸다.

 

"차라리 그냥 더 움직이고 2명분, 3명분을 다 하고 말지, 점마는 진짜 아닙니다."

"그래 알겠다. 근데 회사는 나온나. 안 나오면 집에 찾아간다 ㅋㅋㅋㅋ"

"아 네; 무조건 나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기분이 나름 조금 풀리긴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빡침은 여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주 기겁하다 못해 실소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2. 치사량에 도달한 정신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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