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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0. 모두가 알고있는 암세포의 위상

by 레이콘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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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9. 멀뚱히 서있는 회사의 명물 암하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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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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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0. 모두가 알고있는 암세포의 위상

회사에서는 짝수 달 금요일마다 팀별로 회식을 하는데, 12월은 마지막 달이라 전체 회식을 한다.

사람이 몇 배로 많아지니 시끌시끌하고 정신도 없지만, 재밌는 일도 많아서 나름 기다려지기도 했다.

우리 팀은 총 6명...아니 5명과 암세포 하나인데, 전체 회식이라고 할 지라도 인접한 테이블로 가득 채우기에 보통 팀끼리 앉았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그리고 12월 27일, 전체 회식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많이 특이하게 위치를 다른 곳으로 잡았는데, 마침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나의 차로 대리님이랑 같이 가게 되었다.

 

"섭섭아 오늘도 고생 많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이 많죠."

"에휴... 내가 볼 땐 니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힘들어 보인다 ㅋㅋ"

"네?"

 

갑자기 치고 들어온 말에 의아했지만, 곧바로 부가설명을 하셨다.

 

"일할 때 니 표정 보면 항상 빡쳐있는 것 같아서 안쓰럽더라. 이러다가 회사 그만둔다고 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

"아..."

"어차피 답도 없고 친하게 지낼 것도 아니니깐 막 머라 해라. 욕하고 막말하고 ㅈㄴ 머라해뿌라. 만약에 ㅈㄹ하면 나한테 말하고.

 

순간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러워서 울 뻔했다. 운전 중만 아니었다면 진짜로 절을 했을 정도로.

 

"하... 진짜... 생각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

"그니깐 하... 나도 죽겠다."

"ㅋㅋㅋ... 고생이 많으십니다."

"에휴......."

"하... 진짜... 금마(암세포) 어차피 실업급여도 못 받는데 그냥 짤라라고 했는데도 회사에서 안 짤라요 하..."

"니가 직접 말했나?"

"네. 차장님께 아주 열정적으로 토로했죠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생각난다 ㅋㅋ 열정 사원 ㅋㅋㅋ"

 

집 근처에 주차하기까지 25분 정도가 걸렸는데, 끊김이 거의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였겠지만 암세포의 발암률이 어마어마해서 끊길래야 끊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차를 하고 회식 자리로 가는 길에 갑자기 2달 전인 10월 24일 회식 때가 생각났다.

이 달에는 이상할 정도로 금요일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목요일에 회식을 했었고, 해오라기 사건 직후라 굉장히 싫어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패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옆에 암세포가 당당하게 앉으니깐 기분이 굉장히 심란했었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한 회식 중 가장 찜찜한 회식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전체 회식에서도 옆에 앉을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회식 가기가 이렇게 싫은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억지로 권하는 암세포같은 회사들의 회식에 간다면 이런 기분인 건가 하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정도였다.

 

이후 회식 장소에 도착했고, 저쪽 한 편에 자리가 보였다.

그리고 정말정말 다행히도 암세포는 다른 테이블에 있었고,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나를 포함한 팀원 5명과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오늘은 다행히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저녁 8시 반, 암세포는 다음날 사진 찍으러 가야 한다고 먼저 자리를 빠져나갔다.

오늘 단 한마디도 안 섞은 암세포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로도 너무 좋아서 카포에라를 하고 집게로 저글링을 하면서 고기를 구우며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암세포가 간 뒤 사람들이 나에게 마치 연예인 인터뷰를 하듯이 암세포에 대해서 하나둘 물어보기 시작했다.

먼저 다른 팀 사원인 형 한분이 이 말을 걸어왔다.

 

"섭섭아, 저 사람 어떤데?"

"하... 말도 마세요. 진짜 요즘 아침마다 회사 오기 싫어서 미쳐 돌아버릴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오기 싫었던 적이 없었을 거예요."

"대체 어떻길래; 좀 궁금하네."

 

그리고 암세포랑 같은 날에 입사하신 분이 말을 걸어왔다.

 

"저는 좀 들었어요. 같은 날에 입사했는데 말이 너무 많이 들려요."

"우와; 거기까지 퍼졌어요?;"

"그냥 일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그런 거를 좀 들었어요. 그리고 조금 전에 같이 있었는데, 지금 하는 일 얘기는 하나도 안 하고 앞에 다녔던 곳 얘기만 계속하던데요... 일할 때도 이래요?"

"X발 진짜 ㅋㅋㅋㅋㅋ 금마(암세포)는 지금 하는 일 ㅈ도 못하면서 뭐만 하면 '앞에 다닐 땐~', '앞에 회사에선~' 이 X랄해요 ㅋㅋㅋ 거기서 손 아작 나가지고 지금도 오른손가락 몇 개는 제대로 안 움직인다고 앞에 회사 그리 싫다고 해놓고 또 졸라 얘기해요 진짜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X발 밖에서 그냥 아는 형으로 만났으면 어찌 됐을지 모르겠는데, 일은 진짜... 하... X발 진짜 회사 그만둘 수도 없고 하..."

 

그러자 옆에 계시던 다른 팀의 팀장인 박 차장님께서 놀라며 말씀하셨다.

 

"섭섭아 무슨 욕을 그리하노? 니 욕하는 거 처음 봤다;"

"아... 이렇게 욕을 막 하면 안 되는데... 하... 진짜 요즘엔... 먼저 제가 한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곧바로 술을 따라 드렸고, 잔을 받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도겸이 때문이가?"

"하... 네... ㅋㅋㅋㅋㅋㅋ... 진짜 요즘에는 아침에 회사 오기 싫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에휴... 한잔 받고, 오늘 기분 좋게 회식 자리 왔으니깐 잘 풀어봐라."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동적이다 못해 눈물이 날 것 같았던 회식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고, 모두가 나의 편이 되어 위로를 해주었다.

 

내가 인생을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모두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1. 신년 맞이 대가리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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