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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 1미터(1m)는 몇 밀리미터(mm)?

by 레이콘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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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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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 1미터(1m)는 몇 밀리미터(mm)?

암세포가 들어온지 1주일 정도 지난 9월 초였다.
처음에는 적응을 해야되니 일단 자질구레한 일이나 정리정돈을 시켰고, 아주 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배워가며 하는 시늉은 보였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스테인레스 코일을 풀어서 양끝을 잘라 일정한 폭으로 다시 코일을 감는 '슬리팅'이라는 일인데, 마침 세팅하기 가장 쉬운 1미터(1m) 폭으로 나오는 것이 있기에 어떻게 하는건지 암세포에게 가르쳐 줄려고 했다.

마침 전에 했던 일도 재질만 다르지 거의 비슷한 일이라고 했기에 어느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대평가를 하며 원리부터 알려주려는 참이였다. 

 

 

 

 

 

슬리팅의 원리를 두루마리 휴지로 간단히 표현한 것.

 


"이건 폭이 총 1800인데, 지금은 1m 폭을 할거에요. 1m는 1000mm이니깐 이게 중앙으로 갈려면 양쪽에 400mm씩 남겠죠?"

그러자 날아오는 대답이 정말 가관이였다.

"1m가 왜 1000mm인고?"

?????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분명 일한지 얼마 안됐기에 적응이 안되서 긴장을 했기에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매우 당황은 했지만 한 번 더 그 부분에 대해서만 대답을 했다.

"1mm가 1000...아 아니 1m가 1000mm 잖아요 ㅎㅎ"

그랬더니 생각할 시간을 단 1초도 주지 않고 다시 말을 하는 것이였다.

"그러니까... 왜.. 1m가 1000mm고?"
"?? 예??;"

순간 나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이라고 세뇌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아쉽게도 이 암세포는 진심으로 '1m가 왜 1000mm인가?'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본 것이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미터법을 아직 익히지 못했는 것이다.
여기가 인치랑 피트를 쓰는 미국도 아니고 분명히 미터법을 쓰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인데, 아직도 미터법을 몰라서 쳐물어본 것이다.
4살짜리 어린 아이가 저런 질문을 했다면 진짜 모를 수 있으니깐 당황은 해도 이해는 할 수 있다만, 1980년생 40세인 사람이 12살 아래인 나에게 질문이라고 짓껄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이 커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냥 '1m는 1000mm 하면 됩니다.'는 식으로 말을 한뒤 맡기고 다른 일을 하러 갔다.


'1m가 왜 1000mm인고?'


꿈에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됐을까... 혹시 미터법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기라도 했던걸까... 생각해보니 미터법을 쓰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1mm를 정했고, 누가 왜 1cm는 10mm인데 1m는 10cm가 아닌 100cm이고 또 1km는 100m가 아닌 1000m로 했는지!
누가 왜 이름은 '미터'라고 정했는지!!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어디에 쓸려고 이런걸 정했는지!!!! 누가 왜 어디에 처음 사용했는지!!!!!!!!

누가 왜 X발!!!!!!!!!!!!!!!!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이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이건 정말 얼탱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하다보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나의 희망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2. 사진기사 암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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