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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3. 공격하진 않지만 말을 하는 좀비

by [REICON] 레이콘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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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2. 사진기사 암세포

↓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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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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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3. 공격하진 않지만 말을 하는 좀비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감당이 안되는건지, 아니면 본래 사람 자체가 그런건지 항상 정신이 멍한 상태로 있는게 일상이였다.

처음 왔을때는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물어보고 자질구레한 일들은 알아서 할 정도는 됐었다. 그렇게 1m가 왜 1000mm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X발...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이젠 뇌의 용량이 가득 찬 것인지 몇번이나 알려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였고, 마치 좀비인데 공격을 하지 않는 좀비 마냥 가만히 있을 때가 굉장할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 가만히 있을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였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목인 마냥 앞으로 내밀었으며, 몸을 살짝 한 18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은 상태로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으로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에서 알 수 없는 빡침이 생길 정도였지만, 아직 제대로 적응을 못했나보다 싶어서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세뇌시켰다.

 

그렇게 무려 들어온지 1달반이 흘러갔고 인내심이 바닥을 기고있을 무렵, 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답이없고 덜떨어진 그의 능률을 보게 되었다.

 

"도겸이형, 이건 가로로 밴딩(끈 포장)을 하나 해줘야 돼요. 2등분이라서 1번과 2번 전부 가로로 밴딩을 해야하는데, 중간에 좀 특이사항이 생겨서 이거 다음거는 사이즈는 똑같아도 밴딩을 안해도 돼요. 그리고 그 다음거가 처음하는 제품의 2번이라서 가로로 밴딩을 해야돼요."

"..??"

 

좀 길게 설명을 하긴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는지 좀비처럼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내가 설명을 X발 더럽게 못해서 그러는거구나 싶어 조금 더 쉽게 설명을 해줬다.

 

"A업체는 가로 밴딩하고, B업체는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순서가 A업체 1번, B업체, A업체 2번 순으로 나올거라 이거 다음거에는 가로 밴딩을 안해도 되는거죠."

"..."

 

알아들은건지 소 귀에 경읽기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목인 마냥 앞으로 내밀고서 몸을 살짝 한 18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은 뒤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을 짓는 것을 또 보게 된다면 정신이 돌아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기에, 일단 B업체 제품이 완료되고 나서 설명을 하는걸로 방향을 바꾸었다.

 

 

 

 

 

가로 밴딩과 세로 밴딩.

 

먼저 A업체 1번 제품이 나오고 B업체 제품의 가공이 시작됐고, 이제 처음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되는데 그냥 멀뚱히 서있기만 하였다.

물론 아직 혼자서 미세한 것까지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보면서 배우면서 익숙해질 생각을 해야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인내심을 갖고 다시 더 확실하게 설명해줬다.

 

"작업이 시작되면 괜찮은 지 확인 부터 하셔야죠. 아직 제대로 못보더라도 계속 봐야 나중에 보이죠."

"으..으어...어 그래..."

 

마치 잠에서 깨어난 좀비처럼 사무러치게 놀라며 대답하는 암세포였다.

그리고는 아주 당당하게 PVC(비닐 스티커)가 붙어있는 위쪽을 보길래 또 다시 인내심을 가지며 설명해줬다.

 

"PVC가 붙어있는 부분은 우리가 붙일 때만 한번씩 확인하면 되구요, 이럴때는 안쪽을 확인해서 이상 있는지를 보는거에요. 전에 설명 드렸잖아요. 이거 제일 많이하는 헤어라인(H/L, Hair Line) 제품인데요."

"...으..어..."

 

알아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우매우 다행히도 곧바로 안쪽을 보긴 했다.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순간이였다.

이후 B업체 제품도 완료가 되었고, 시작 전에 설명하다가 포기했었던 것을 다시 말해줬다.

 

"이건 다른 업체로 가는거라 가로 밴딩 안해도 돼요."

"..."

 

만약 진짜 좀비가 존재했다면 이런 모습이였을까.

아니면 태초에 좀비가 있었는데 마지막 하나가 남아서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일까.

생각이 굉장히 많아지는 시간이였고 그렇게 20초 정도의 딜레이가 지난 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생존 좀비인 40세 진도겸씨가 곧바로 밴딩끈을 들고와서 밴딩을 할려고 하는 것이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날 정도였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하... 이건 가로 밴딩 안하는거에요."

"가로 밴딩...안한다고?"

 

'네 X발. 안한다고 했잖아요 X발놈아. 몇번이나 말합니까 X발.'이라고 말할 뻔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속으로만 삼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가로 밴딩 안하는거고, 다음거에 할거니깐 그냥 놔둬요."

"..."

 

정말 불행히도 저 개잣같은 표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에 나는 바로 다음거 작업을 시작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정말 기절 초풍할 일이 벌어졌다.

무려 또 다시 가로 밴딩을 할려고 밴딩 끈을 들고오는 것이다.

몇 번이나 말해도 말귀를 알아쳐먹지 못해서 개빡치기 시작했고, 참지 못하고 대놓고 신경질적으로 쏘아댔다.

 

"가로 밴딩 하지 말라구요. 그냥 하지말라고 하면 하지 말라구요."

"..."

 

X발 내 손에 커터칼이 있기에 다행이였지, 다른게 있었으면 진심 던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너무 빡쳐서 그냥 신경 끄고 다음 작업 준비를 계속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암세포인 40세 진도겸씨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가로 밴딩을 하려는 것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짜 정말 눈물이 나고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게도 차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

 

"가로 밴딩 하지 말라구요. 도대체 뭘 들은거에요?"

"아니...그...ㅋㅋㅋ...가로....밴딩으...ㄹ......"

"아까 하는 말 못들었어요?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안들어요?"

"...그... ㅋㅋ....."

 

개X발 진짜! 뭐가 그리 쳐웃기냐고!!

하... 무려 나보다 12살 많은 띠동갑이고, 차장님과는 동갑인 사람이 저런 수준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못알아 쳐먹는 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똑같은 것을 설명하는 것도 20번도 더 된것 같은데, 마치 바이러스 걸린 컴퓨터처럼 저 X랄을 해대니 지금까지 인내한 나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 더 이상 남은 인내심은 없었고 포기를 할 때가 왔다...고 하고 싶었지만, 정말 불행하다 못해 비참한 현실은 같이 일을 하는 입장으로서 그럴 수가 없는 인생무상이였기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뒤... 나의 인내심 따위는 완전히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고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4. 해오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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