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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4. 해오라기

by 레이콘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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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3. 공격하진 않지만 말을 하는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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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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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4. 해오라기

회사가 스테인레스 코일을 취급하는데 그 코일의 무게가 최대 20톤까지도 나갈 정도로 굉장히 무겁고, 진짜 작은것 조차 200kg 이상은 될 정도로 무거운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것들을 들기 위해 호이스트(크레인)를 사용하는데, 코일의 폭이 1m 정도 되면 호이스트에 걸려있는 고리로 바로 들면 되지만 폭이 좁을 때에는 '슬링 벨트'라는 것을 걸어서 들어올린다.

편의상 회사에서는 그것을 '배와이어'라고 불렀는데, 암세포가 다닌지 1달이 조금 지난 10월중순에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졌다.

 

 

 

슬링 벨트 (배와이어) / 호이스트 (크레인)

 

어느 때와 똑같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섭섭아, 니 혹시 해오라기가 뭔지 아나?"

"네..? 그거 새(조류) 이름인데 갑자기 왜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알고있는 그대로 대답을 했다.

무슨 다른 뜻이 있는걸까 생각을 할려는 찰나, 차장님께서 갑자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시더니 저 멀리서 무언가 하고있는 암세포를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셨다.

 

"아니 X발 ㅋㅋ 내가 점마보고 배와이어 하나 걸어놔라고 했거든.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 가길래 다시 불러가지고 혹시 내가 뭘 해라고 했는지 잘 못들었냐니깐, 아니 무슨 ㅋㅋㅋㅋㅋㅋㅋ '해오라기'를 하라고 했다네?"

 

?????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이후 있었던 일을 설명하셨다.

 

"도대체 해오라기가 뭐냐고 물어보니깐 저기 어딘가 가리키면서 저거 하는거라네? 그래서 그 해오라기를 해보라니깐 간지(코일 사이에 들어가는 종이)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데. 졸라 얼탱이가 없어가지고 그럼 배와이어는 뭔가 물어보니깐 그건 저거 센서를 막는거라네??"

 

순간 섬뜩한 기운이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을 넘어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끓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계속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걸까? 나 혼자 그냥 병X이 되는건 아닐까? 그냥 때려치우고 혼자 할까?...'

 

온갖 생각이 다 들며 정신을 몽롱하기까지 하면서도 자존심 상하게 굉장히 웃기기도 했다.

물론 코일을 풀면서 나오는 간지는 따로 붙여서 감아야 되긴 하고, 진행 도중에 갑자기 센서가 풀려서 멈출 수도 있으니 센서 막는 것도 해야되는 것이 맞긴 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될 일은 절때로 아니였고, 무엇보다 왜 일을 마음대로 정하고 하는지 이해를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해를 하는 순간 병X이 되는게 확실해서 이해를 하는 것을 회피했다.

그렇게 아주 울상인지 실소인지 모를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 또 말씀하셨다.

 

"잘못 들었거나 모르면 물어봐야지, 완전 지맘대로 일을 하고 있다. 졸라 ㅋㅋㅋㅋㅋㅋ X발 해오라기가 뭐냐 대체 해오라기가. 내 여기 15년 동안 일하면서 들은 말 중에 제일 어이 없는 말이다 진짜. 에휴... 미치겠다... 그래도 일단 뭐 어쩌겠노. 일은 같이 해야하니깐 섭섭이 니가 말도 안되겠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서, 더 가르쳐주고 안다치게 잘 해보자."

 

X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차라리 디스코팡팡 위에서 덤블링을 하면서 종이비행기를 던져 우주에 떠있는 인공위성을 맞추는게 더 쉬울 것 같았다.

도대체 해오라기가 어디서 왜 나온 걸까...

사진기사 암세포가 이제 인물 사진이 아니라 조류 사진으로 전향했는데 마침 찍힌 새가 해오라기 였는지, 어제 밤에 만든 폴더 이름이 해오라기 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면 해오라기 난초의 꽃말인 '꿈속에서도 당신을 생각합니다'를 말한 건지, 최근에 들은 노래를 부른 가수가 해오라기 였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도 뭐가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암세포의 멍청함이 하늘을 뚫고 우주를 넘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데에는 프로 선수라는 것이다.

 

이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뚫었고,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아니 더 이상 버티다간 내가 미쳐 돌아버릴 것을 넘어 인내심 세계 챔피언을 찍을 것 같아서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저 X끼는, 진짜 저 X발새X는 내가 본 X끼 중 가장 멍청한 병X새X다.'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5. 헬부심과 군부심이 가득한 구경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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