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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비를 부르는 레이콘 (休)

[비를 부르는 레이콘] 19. 어쩌다보니 통영

by [REICON] 레이콘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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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부르는 레이콘] 18. 에스키모 바이러스

reicon.tistory.com/386



이 이야기는 블로거 레이콘의 실제 여행기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배내골에 갔다온 뒤에도 톡방은 계속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몇 명은 그냥 나갔지만, 사이가 틀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톡방 자체를 안 하고 싶어서 나간 것이기에 남을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 톡방에는 딱 한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는데, 바로 망할 에스키모가 나가지 않고 끝까지 버텼던 것이다.

설정한 이름이 '트러블메이커'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나마 하나 더 있다고 한다면 '인페스티드 테란'이겠지.

 

그렇게 한 달이 흐른 7월의 어느 날, 모두가 환호할만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선발대 중 한 명이었던 석훈이는 본인이 사는 통영에 놀러오라고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냥했는지 모르겠지만, 하트를 날리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받아라!!"

 

그리고는 이내 맞하트를 보내는 이모티콘이 오갔고, 이후 서연이가 대답하였다.

 

"마음을 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ㅋㅋ"

"갑자기 마음을 왜 주시는겁니까"

 

그 순간, 갑자기 불청객 에스키모가 '망령기사'라는 허황되고 제정신이 아닌 듯한 괴상한 이름을 하고 끼어들더니 이상한 소리를 짓껄이는 것이었다.

 

"할짓이없나보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띄어쓰기도, 초성도, 특수문자도 없이 저따구로 보낸 것이었다.

에스키모는 14학번이지만 석훈이는 12학번으로 차이도 있었고, 말을 섞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친하지도 않았기에 의아해하며 쏘아붙였다.

 

"? 뭐지 누군데?"

"(침묵)"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는데 성명을 대라."

 

그 순간!

무려 에스키모가 광속으로 톡방을 나가는 것이었다.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우리는 모두 환호를 하며 기쁜 마음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드디어 해냈다!!!!!!! 석훈이 진짜 최고!!!! 지금 만큼은 니가 형님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ㅋㅋ 저 ㅅㄲ 드디어 나갔다. 석훈이형 진짜 사랑해요♡"

"통영 가야겠다 ㅋㅋㅋ 시간 맞춰서 최대한 빨리 가자 바로 간다!!"

 

온갖 찬양하는 말과 환호로 들끓었으며, 세레모니 사진도 직접 찍어서 올리기도 할 정도였다. (아쉽게 지금은 사진이 없다 ㅠㅠ)

이후 무려 2시간이 넘게 엄청난 대화들이 오갔으며, 최종적으로 8월 27일 ~ 8월 28일 1박 2일로 통영에서 배를 타고 가야 되는 섬 '비진도'를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1달이 지난 8월 23일.

친구 태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쇼."

"집이제?"

"ㅇㅇ 집인데 왜?"

"아 오늘 내 여친이랑 거제도 갈거거든. 니도 같이가자 저녁에 나온나."

"??? 둘이 가는데 내가 왜 같이감?"

"됐고, 걍 나온나.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평소에도 종종 3명이서 놀기도 했지만, 1박을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렇게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저녁에 나가게 되었다.

 

가는길에 휴게소를 들러서 대화를 조금 했다.

 

"내가 가도 되는거 맞제?"

"괜찮다 걱정마라. 일단 잠은 통영에서 자는데 침대 2개라 상관없다."

"야이 ㅋㅋㅋㅋ 방을 2개 하는 게 아니라 한 방에 침대가 2개라고??"

"그래."

"ㅋㅋㅋㅋㅋㅋ 그냥 도착하면 밖에 좀 나갔다 올께. 들어가도 될 때 전화...아 잠시만 어디간다고??"

 

순간 가는 곳의 위치를 잘못 들은 것인가 생각이 들어 되물었다.

다음 주에 통영가는데 똑같은 데 가는 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통영 이 멍청아."

"야이... 오늘 더더욱 같이 갔으면 안 됐네!! 담주 통영가는데 에라이 ㅋㅋㅋㅋㅋ"

"이번에 가고 또 가면 되지. 통영 어디가는데?"

"비진도라고 섬에 간다는디?"

"아 섬이면 걱정마라. 거기는 절대로 안 간다. 걱정하지마라."

 

X발 니같으면 걱정이 안 되겠냐...

이미 출발을 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그냥 다 포기하고 재밌게 놀고 오면 된다는 마음으로 다시 출발을 하였다.

 

 

 

여행(?)가는 길
휴게소 들러서 찍은 사진

도착을 하고 보니 딱히 예약을 한 것도 아니라, 무려 그냥 큰 침대 하나와 작은 침대 하나가 있는 모텔의 큰방이었다.

나는 뭔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대단하기까지 했고, 예의상 먼저 말을 던졌다.

 

"야이... X발 이게 뭔데 ㅋㅋㅋㅋㅋㅋ 그냥 밖에 나갔다 올께. 나중에 내가 들어와도 될 때 전화해라 ㅋㅋㅋㅋ"

 

그러자 진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하는 것이었다.

 

"괜찮다니깐. 니 나가면 그냥 문 안 열어줄거다."

 

내가 안 괜찮은데요..

그렇게 진짜로 한 방에서 3명이 잤고, 아주 당연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살다살다 다른 커플과 한 방에 같이 자보네 진짜...

지금은 둘이 결혼을 했고, 친구 여친의 언니가 나랑 결혼해서 가족이 된 것을 보면 참 인연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다음 편에 계속↓

 

[비를 부르는 레이콘] 20. 케이블카 타고 저 하늘까지

reicon.tistory.com/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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