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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4)

by 레이콘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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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3)

 

reicon.tistory.com/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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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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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으나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4)

 

비하인드 스토리 4-1
노력필요 사원

암세포가 퇴사를 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21년.
보통 누군가가 퇴사를 하고 1년이 지나게 된다면 많은 것들이 잊혀지게 되기도 하는데, 특히나 그 퇴사자가 일을 오래 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잊혀지게 되어 그 어떠한 말도 안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암세포가 남긴 업적들이 정말 대단했기 때문에 1년이 지나도 꽤나 자주 나왔을 정도로 회사의 유명인사로 명예롭게 이어져갔다.

여튼 그렇게 암세포 만큼은 종종 회상을 하며 나에게는 조금씩 고통을 선사를 했는데, 그해 말인 11월에 우리는 엄청난 것을 목격을 하게 되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회사에 대한 건의사항, 원가 절감 방안, 그리고 우등사원 및 열등사원을 적는 종이가 배부가 되는데, 사장님께 직접 전달되는 만큼 모두가 적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형식도 10년 넘게 바뀌지 않았을 정도로 정형화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무려 이 종이에 써져있는 사항이 바뀌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나는 받자마자 헛웃음이 터지면서 얘기를 했다.

"아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고, 옆에 같이 일하는 항암제 형이 나에게 물어봤다.

"왜 뭐 있나?"

그리고 나는 해당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했다.

"여기좀 보죠 ㅋㅋㅋㅋㅋㅋ 본래 열등사원 이었는데 '노력필요 사원'으로 바뀌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 아 진짜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10년 넘게 변동 없이 똑같은 형식을 유지하던 건의사항 종이의 형식까지 바뀌게 된 것이었다.
암세포가 정말 그 누구도 못 한 대단한 일을 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매우 웃기기도 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쓴 이 일화들이 다행히 영향력을 끼쳤다는 생각도 들어서 왠지모를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뿌듯함이 고통의 나날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고진감래'라는 말이 생각났고, 이걸 확실히 일깨워준 암세포에 대해 감사함...은 개뿔. 지금 생각해도 ㅈㄴ 개패고싶다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튼 그렇게 웃고 있었는데, 옆에서 강과장님이 또 웃으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섭섭이 느그행님(너희 형) ㅋㅋㅋㅋㅋ 진짜 ㅈㄴ 대단한 사람이었네. 위인이네 느그행님 ㅋㅋㅋㅋ"
"아!!! 우리형 아니라니깐요 ㅋㅋㅋㅋ 제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X발 금마 진도겸이 예전에 열정 사원에 뭐라고 쓴지 아나 ㅋㅋㅋㅋ"
"그냥 임 차장님 이름만 쓴 거 아니에요?"

나는 의외의 사실에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이 암세포 병X새X가 도대체 뭐라고 쳐 써댔을까?'라는 의문을 참지 못 하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진짜 상상 속에서라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말이었다.

"임 차장님 이름 적고는 ㅋㅋㅋㅋㅋ '아침에 술 냄새가 납니다. 소주 냄새가 납니다.' 이렇게 적었다는데 ㅋㅋㅋㅋㅋㅋ"
"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 파면 팔 수록 계속 나오네요 무슨 ㅋㅋ"
"그리고 또 뭐더라? '아침에 술을 마시고 출근합니다' 이래적었나 그랬을거다 ㅋㅋㅋㅋ"

X발 진짜 역대 최강의 글귀가 아닐 수 없었고, '펜을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확실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물론 실제로 그런 뜻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전날 마시고 출근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암세포는 우리와는 아주 차원이 다른 18차원에 사는 놈이였기에 이런 개소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침에 음주운전을 하고 출근을 했고, 그리고 음주 상태로 기계를 조작했다는 것이 되는데, 이건 누가봐도 중범죄에 해당하는 모함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점심시간에 임 차장님과 같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단 한 번도 술 냄새가 난 적이 없었기에, '이 암세포 X발놈은 지능도 그렇고 진짜 후각이 미친듯이 발달한 야생동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제 회사에 암세포는 없으니 볼 일도 없고, 그로 인해 그냥 웃기기만 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비하인드 스토리 4-2
'인스타그램'이라는 환각제

노력필요 사원으로 바뀐 것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친구 추천에 누가 뜨는지 보고싶었던 것이다.
목록에는 여러 사람이 있어서 천천히 보고있던 그 순간, 순간 섬뜩함이 밀려오고 숨이 조금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말 무의식 적으로 그 아이디에 적힌 이름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진도겸'

이런 개X발 잣같은 인생 X발!!
사람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하게 오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비이성적인 행동들을 하게 된다는데, 정말 내가 순간 그랬는지 그 아이디를 클릭하여 게시물을 보는 희대의 멍청한 짓거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게시물을 보는 동안에는 그렇게 열이 뻗치지 않고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게시물만 보면 그가 헬스를 하고 사진을 잘 찍는, 진짜 말 그대로 꽤나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보는 내내 더욱 더 심오해졌고, SNS라는 것이 정말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일종의 '환각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암세포에게 감사함...은 개뿔. 내가 X발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그리고 페이스북까지 다 차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을 깜빡했다는 사실에 자괴감만 들 뿐이었다.

진짜 하... 암세포도 당연히 문제가 많겠지만, SNS에 도취되어 현실을 못 보고 보고싶은 대로만 보며 자신을 비교하며 낮추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심오한 생각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다음 편에 계속-

(이게 왜 또 나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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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5)

reicon.tistory.com/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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