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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完)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1)

by 레이콘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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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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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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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1)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적었지만 암세포의 업적은 수도 없이 많이 존재했다.

내용이 너무 짧아서 적지 못 했거나 이미 쓰고 난 뒤에 발굴된 업적들, 그리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비하인드 스토리들로 남겨놓게 되었다.

실제로 암세포가 계속 살아나듯, 이 ㅈ같은 암세포도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비하인드 스토리 1-1

타임리프

 

일을 하면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두 번 휴식을 취하는데, 딱히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 명씩 교대로 10분 정도 쉬곤 했다.

그런데 암세포는 좀비라서 시간 개념도 전혀 없는 것인지 쉬러 갈 때마다 기본 15분은 쉬고 왔었고, 몇 번이나 너무 오래 쉰다고 말을 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오라기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말에 타임리프를 하고 온 암세포를 보게 되었다.

 

쉬러 나간 암세포가 시간이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차장님께서 나를 부르며 물어보셨다.

 

"도겸씨 나간 지 얼마나 됐노?"

"지금 정확히 20분 됐어요."

"20분? 확실하나?

"네. 나갈 때 일부러 시간 한 번 보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암세포가 오늘도 당연히 늦게 들어올 것을 대비해 나갈 때 몇 시 몇 분인지 봤기에 정확한 시간을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분이 더 지나자 암세포가 나타났는데,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다.

 

"도겸씨, 대체 몇 분이나 쉬는 거예요?"

"네...? 그... ㅅ..10분 조금 아..안 되게 쉬..쉬고 왔..어요."

 

무슨 타임리프라도 한 건가? 어떻게 시간이 2배 이상, 그것도 13분이나 차이 날 수가 있지?

정말 얼탱이가 터졌고, 확인사살을 위해 차장님께서 나에게 물어보셨다.

 

"10분요? 섭섭아, 시간 몇 분 지났노?"

"정확히 23분 지났습니다."

 

그러자 이 X발것의 암세포는 마치 믿었던 형제가 모든 재산을 들고 도망간 것처럼 배신감이라도 느낀 듯 '니가 나한테 왜...'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표정도 정말 가관이었는데, 눈을 살짝 크게 뜬 뒤 온몸에 힘을 빼고 초점이 흐릿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뒤 입을 5mm 정도 벌리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불쌍하다 못해 도와주지 않으면 양심에 병이 걸려서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한가득해서 순간 '23분이 아니라 2분 3초 지났어요'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고, 이 X발놈이 구걸을 했으면 대기업을 인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떼돈을 벌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다음에 쉬러 갈 때는 나갔다가 5분 만에 들어오세요. 알겠어요?"

"네..."

 

대답은 잘하고 오후에는 정말 5분 만에 들어오긴 했지만, 다음 날에는 그냥 제멋대로 한 번 더 나가서 결국 총 10분을 채우는 대단한 발암력을 선보였다.

그럴 때마다 정말... 이 X끼를 해오라기 등에 태워 태평양을 횡단시키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비하인드 스토리 1-2

항암제

 

열정 사원이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12월 중순이었다.

암세포가 연차를 쓴 날이었는데, 한 명이 줄어들면 다른 부서에서 한 번씩 지원을 오곤 했다.

사실상 없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점을 다른 부서에서 자세하게는 알진 못 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했기에 아주 당연하게도 지원은 오지 않았는데, 일하는 도중에 짐을 실으러 운전기사인 권 대리님이 오시더니 나에게 말씀하셨다.

 

"섭섭아, 저거 실을 건데, 지금 호이스트(크레인) 써야 되나?"

"아뇨, 바로 실으시면 돼요."

 

그리고는 짐을 실으셨고, 이후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뒤에 저거 스크랩(가공 잔재물)도 실어야는데, 그냥 옆에 거까지 다 빼놓을까?"

"아 그러면 정말 좋죠 ㅋㅋ"

 

그냥 일을 하면서 당연히 물어봐야 되는 것을 물어본 것뿐인데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일을 알아서 척척 하면서 물어봐야 될 것은 물어보고 편의까지 봐주시다니 정말 항암제를 맞은 듯 10년 묵은 암이 치유되는 것만 같아서 오르가슴을 느낄 것만 같았다.

 

짐을 다 실은 뒤 작업 준비를 모두 마쳤는지 최 과장님이 오셨다.

 

"뒤쪽 준비 다 했나?"

"네. 와 그런데 이야... 권 대리님 짐 실으면서 저에게 물어보시는데 진짜 10년 묵은 암이 치유되는 것 같은데요 ㅋㅋㅋ"

"?? 그거 본래 물어보는 게 맞는 건데??"

"... 네...?"

 

순간 서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려 단순히 일을 올바르게만 했을 뿐인데 항암제를 맞은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본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그만큼 그 형님(암세포)이 일을 더럽게 못 한다는 거다."

"하..."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북목인 마냥 목을 앞으로 내밀며 오른쪽으로 18도 정도 꺾은 뒤 최대한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을 지을 뻔했다.

정말... 연차를 써서 안 온 김에 앞으로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한 ㅈ같은 하루였다...


비하인드 스토리 1-3

마이크로미터

 

 

 

마이크로미터

 

 

 

회사는 스테인리스 코일과 판을 취급하는데, 이것들의 두께가 매우 중요하기에 그걸 0.01mm 단위로 측정하는 도구인 '마이크로미터'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열정 사원이 지나간 12월 중순에 진정한 열정 사원이 무엇인 지 깨닫게 해주는 암세포의 멍청한 지능을 또 보게 되었다.

 

차장님께서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말씀하셨다.

 

"섭섭. 점마(암세포) 마이크로미터 쓸 줄 아나?"

"아뇨,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모를 겁니다."

"맞제. 내가 아까 점마 보고 두께 한 번 재보라고 하고 나이프 조립하고 있었거든? 그랬더니 '네'라고 하고 졸라 어슬렁거리데. 그러더니 갑자기 저기로 슝 가는 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불러가지고 두께 쟀냐고 하니깐 할 줄 모른다네? 그럼 왜 할 줄 아는 척했냐고 하니깐 X발 아무 말도 안 하데. 졸라 짜증 나서 그냥 유튜브 검색하면 나오니깐 배우고 오라고 했는데, 점마 저거는 일을 할 의지도 없고 그냥 생각 자체가 없고 그냥 내보낼까?"

 

그저 한숨만 나오는 순간이었다.

물론 마이크로미터 사용법은 충분히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른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지능도 없고 어떻게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생각만 가득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이후로도 계속 한숨만 나왔다.

 

 

시간이 흘러 다음 주, 두께를 재고 있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암세포가 나보고 마이크로미터 사용법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 간단한 것을 5분 넘게 가르쳐서 개빡치긴 했지만 다음에 또 까먹을 것이 뻔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두께를 정확히 쟀다는 사실로도 천지개벽할 정도의 큰 발전이었기에 놀랍다 못해 지능이 조금이나마 상승된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지능 상승은 당연히 오래가지 못하였고, 이 X발것의 암세포는 유튜브 보고 배워오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내가 지 편인 마냥 물어봤다는 사실에 졸라 성질이 나기도 했다.

 

제발 퇴사 좀 해라 암세포 X발것아...


↓다음 편에 계속↓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비하인드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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