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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3. 도화선

by 레이콘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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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긋난 스위치

reicon.tistory.com/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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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프롤로그

reicon.tistory.com/856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닉네임으로 바꾸어 연출을 하였습니다. -


새로운 등장인물


놀부(NOLBU) : 카콜라가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성별과 나이는 불명이다.


 

한 주가 지나고 드디어 카콜라를 만나게 되는 날이 되었다. 평일이었기에 퇴근을 하고 간다고 했었고, 만약 이번에도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다음을 기약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다음을 기약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니깐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그렇게 그날 저녁, 드디어 그를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나 : "카콜라님? 오우 안녕하세요."
카콜라 : "아 레이콘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됐네요 ㅋㅋ"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냥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다만 다음날 출근을 해야되는 데다가 저녁 7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기에, 타지역에 사는 그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었고, 그렇게 짧게 얘기를 나누며 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그때, 그가 유리벽에 붙어있던 데코 스티커를 보면서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카콜라 : "아 저기 '놀부 특공대'라고 적혀있는 저거... 스티커 저거 좀... 그렇네요."
나 : "네? 저게 왜요?"

나는 그의 말에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굉장히 의아했는데, 곧바로 그가 그런 이유를 말해주었다.

카콜라 : "사실 제가 싫어하는 사람의 닉네임이, 저거 '놀부 (NOLBU)'거든요. 그런데 그, 저렇게 그, 놀부 특공대라고 있으니깐, 저게 그, 그 사람 언급하는 거라서요."
나 : "...?"
카콜라 : "저 놀부라는 사람, 그 커뮤니티에서 저에... 저에 대한 안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 저거를 지워달라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되네요."

나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저 놀부라는 사람이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이고, 만약 저게 진짜 그 사람을 언급하는 말이라고 할 지라도, 그러한 이유 하나 때문에 불편하다고 이렇게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게 따지면 '부대찌개 프랜차이즈인 '놀부부대찌개'는 본인을 놀리기 위한 프랜차이즈니 소송이라도 걸 것인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말투가 뭔가 더듬거리면서도 말을 이상하게 하는 데다가 발음까지 좋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내가 잘못 들었나 싶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찜찜한 기분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그리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기에 '뭐 사람이 특이할 수도 있지. 나는 뭐 평범한가?'라는 생각으로 안 좋은 생각들을 떨쳐냈다.

이후 이제 진짜로 갈 시간이 되었는데, 마침 집으로 가는 버스 터미널이 내가 가는 길 중간에 있었기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고, 그렇게 나의 차에 그와 같이 타고 가게 되었다.

카콜라 : "어우 제가 레이콘님 차도 다 타보고, 정말 영광입니다 ㅎㅎ"
나 : "아니 영광이라뇨 ㅋㅋ 이 차가 슈퍼카면 모를까, 여기 탄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닌데요 뭘."

그렇게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그의 인사를 듣고는 출발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조금씩 하는 와중에, 나는 예전에 있었던 골렘 사건이 궁금해서 그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 : "아 그런데 그 골렘? 그 분은 왜 그렇게 뒤에서 욕을 하는거에요?"
카콜라 : "네? 아 혹시, 금마 골렘이 그, 저를 욕하는 것을 들으셨어요?"
나 : "직접 보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저는 누군지도 몰라요."
카콜라 : "아 그럼요?"
나 : "예전에 카콜라님이 캡쳐본 첨부해서 글 쓴적이 있잖아요, 거기서 본 것이 다에요. 보니깐 엄청 억울해 하셔서요."

그러자 그는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카콜라 : "아 그그, 금마 그거, 아 진짜, 그그, 지는 뭐 잘했나! 나는 뭐! 뭐!!!"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 했고, 말을 꽤나 길게 했는데 기억에 남는 말이라곤 거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조금 진정하라고 한 뒤에는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했다는 점이다.

나 : "저기; 조금만 진정해주세요. 진짜 쌓인게 많으셨나보네요 ㄷㄷ;"
카콜라 : "아 네... 아 진짜 생각만 해도 너무 화가납니다."
나 : "아이고..."
카콜라 : "그 혹시 펀유 있잖아요, 그 사람 톡방에 대해 들으신 것 있으세요?"
나 : "아뇨, 사실 전 그 분과는 서로 알긴 한데, 친하진 않아서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에요."
카콜라 : "아아. 그런데 그 사람 톡방이 있긴 하겠죠? 펀유 패밀리 이런거?"

나는 순간적으로 나와 지인들의 톡 특징을 생각했고, 그 특징에 맞춰서 추측성으로 대답을 하였다.

나 : "저도 그렇고 제 지인도 그렇고, 보통은 톡방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 분도 톡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있다고 해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카콜라 : "그렇죠? 어쩐지 ㅋㅋ 제가 예전에 중심부로 갔을 때 저랑 마주쳤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 화장실을 갔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따라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시간 그그, 일부러 손 씻고 앞에서 시간 떼우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나오는데 또 마주쳤어요. 이거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이게 톡방에서 조롱한 거였네요."

순간 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나는 분명 그렇지 않을까 추측성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는 완전히 단정을 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왠지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부연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 틈을 주지 않고 이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카콜라 : "펀유 금마가 저보고 뒤에서 하는 말이 '내 살다살다 저런 병X은 처음봤다'라는데, 지는!! 맨날 술만 쳐먹으면서!!"
나 : "아이고..."
카콜라 : "금마 맨날 술쳐먹고 다니고 그러죠?"

나는 분명 잘 모른다고 했는데 왜 계속 나한테 물어보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운전도 해야됐기에 그런 여유가 많지 않았고, 최대한 아는 만큼만 얘기를 해줬다.

나 : "술을 맨날 마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카콜라 : "그렇죠? 그래, 맨날 술 쳐먹기만 하면서. 뒤에서 지는, 그 맨날 욕이나 해쌌고!"

그렇게 그는 펀유에 대한 욕을 미친듯이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정말 다행인 점은, 때마침 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그가 내릴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내린 뒤로도 계속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가 그래도 얼마나 쌓인게 많았으면 이랬을까, 그리고 이렇게라도 속시원하게 터는 것이 얼마만일까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직감을 믿지 않는 크나큰 과오를 범해버렸고, 그로 인해 나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하였다.
이날 했던 대화가 훗날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릴 도화선이라는 것을 미처 모른채...

 

 



↓ 다음 편에 계속 ↓

 

4. 점화

reicon.tistory.com/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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