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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리즈/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4. 점화

by 레이콘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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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화선

reicon.tistory.com/859

 



↓프롤로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 프롤로그

reicon.tistory.com/856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닉네임으로 바꾸어 연출을 하였습니다. -


새로운 등장인물


페르퍼스 (PERPERS) : 해당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최고의 실력자로, 실제로 카콜라와는 친한지는 알 수 없다.



그날 이후 3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평화로운 주말이 끝나가는 일요일 저녁, 그가 나에게 갑자기 DM을 보내왔다.

카콜라 : "저 레이콘님 안녕하세요~ 일단 오랜만입니다.. ㅎㅎ"

폰을 보고있다가 갑자기 DM이 왔기 때문에 나도 곧바로 답을 하려고 했는데, 확실한 의도가 있었는 지 곧바로 DM을 보내오는 그였다.

카콜라 : "혹시 그 좀 여쭤볼게 있는데요, 그 골렘이 저 뒷담 깠다는 그 카톡방 아직 살아있나요?"

이게 뭔 뜬금 없는 개소리인지 싶었다. 나는 분명 대다수가 있을만한 톡방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을 했지 절대로 있다고 한 것이 아닌데, 마치 내가 그런 톡방이 있었다고 단정짓고 얘기를 한 것처럼 이해를 한 것이었다. 뭐 생각해보니 그때도 그런식으로 나에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똑같이 있는 그대로 알려줬다.

나 : "카톡은 아니었고 스토리에 올리신거 본 것밖에 없어요;"
카콜라 : "인스타 스토리여?"
나 : "네 전에 올리신거 본게 끝이에요."
카콜라 : "아 일단 단톡방은 아니고, 그냥 지가 열폭하다 끝난거죠? 인스타 스토리 올리고."

분명 나에게 욕을 한 것도, 그렇다고 결례를 범한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모를 답답함에 자동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또다시 있는 그대로 알려줬다.

나 : "카콜라님이 올린걸 봤어요; 전 (골렘)팔로우도 안 되어있는 상태라서..."

이쯤 얘기하면 이제 톡방이 있다는 것은 나도 모른다는 것 정도는 이해를 했겠지 싶었지만, 정말 놀랍게도 마치 그런 사실은 일어날 수 없다는 듯 말을 하는 그였다.

카콜라 : "아 그건 제가 화났을 때 올린건 맞긴 한데, 훗날 만났을 때(3달 전) 부산 단톡방에서 해당인물이 저를 빌미로 썰을 풀었다고 얘기한 게 생각이 나서요. 그때 소문내고 다녔다고 얘기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그거 진위여부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에휴우우우우우... 저기 폐 한 구석에 자리잡은 세포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더 얘기해봤자 어차피 안 들을 것이라 판단하였고, 그렇게 그냥 공감해주는 방향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나 : "아아... 요즘도 그러나요?"
카콜라 : "아 솔직히 요즘도 그렇다면 좀 얘기를 해야되는 부분이고, 사실 좀 이기적으로 생각하자면, 제가 그 뒷담한 톡방에서 해명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그리고 그 톡방에 들어가서 해명한다고..? 정말 제정신인 사람은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아주 기가 막힌 역발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적들이 판개치는 진영에 직접 들어가서 아무리 무언가를 말한들, 과연 그게 먹히기나 할 지 의문만 들 정도였기에 그냥 천천히 뭐라고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카콜라 : "제가 솔직히 평판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자의든 타의든. 그래도 그런 얘기를 톡방에 오갔다는 건, 제가 그쪽 지역으로 가더라도 뭐라 말이 오고갈지 가늠이 안 갈 수 없잖아요. 까인 입장으로써는..."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정말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차피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 하였다.
그런데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기절초풍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카콜라 : "그리고... 좀 외전적이긴 한데, 그때 페르퍼스님이 최종보스 깨던 그날에 그 사람(골렘)이 저 온거 알고 채팅창에 ㅅㅇㄴㄹ라고 조롱한거를, 페르퍼스에게 최종보스 깬거 축하한다고 기프티콘까지 주면서 물어봤었는데, 캡쳐 내용을 가져왔음에도 '그 형이 그런식으로 말 안 했을거다. 혹시라도 그런 채팅이 마음에 안 들면 앞으로 제 영상 보지마라'라고 답장했으니까요."

페르퍼스(PERPERS). 해당 게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실력이 좋은 분으로,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최종보스 도전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을 때에는 수많은 유저가 시청을 했을 정도로 파급력도 꽤나 큰 인물인데, 그런 분이 대놓고 내쳤다는 것으로 보아 어떤식으로 대화를 했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은 마법이 펼쳐질 정도였다.
그런데 마치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마냥 말을 이어가는 그였다.

카콜라 : "그 이후로 페르퍼스는 안 보긴 했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조롱한 건 다른쪽인데, 간접적이지만 나가라고 한 건 저니까요."

순간 나는 마치 공황 상태가 되는 듯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나저나 이 사람이 페르퍼스와 친분이 있긴 한 걸까... 휴우....
그렇게 나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밷고는,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을 그에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나 : "그냥 당당해지는게 답입니다. 뒷담을 까든말든 대체적으로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 많고, 오히려 그런거 신경쓰면 먹이물고 더 달려들거에요. 그런데 ㅅㅇㄴㄹ는 무슨 뜻인가요?
카콜라 : "사요나라. 그 사건 조롱한거죠 뭐."
나 : "음..."

아무리 말귀를 알아듣지 못 하는 그였지만, 그래도 하도 욕을 많이 먹다보니 화가 많이 났을 것이고,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그 일에 대한 편집증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정말 확실한 방법을 제안을 하였다.

나 : "너무 소극적이시라서 그냥 대놓고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완전 물리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완전 무시하는 것 딱 두 가지밖에 없어요. 전자는 기절시키는 방법만 배우면 되고, 후자는 하나 걸리면 그냥 고소하는 방법이죠."

확실한 방법을 알려줬기에 그래도 이것 만큼은 이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나의 착각이었고, 마치 지금까지 했던 대화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마냥 기절 초풍할 변화구를 던지는 그였다.

카콜라 : "아 근데 저 건에 대해선 사과했구요, 전 그게 알고 싶어서요. 그 톡방에서 썰푼게 사실인가 해서요. 추가적으로 더 어그로를 끌었냐는 거죠 ㅋㅋ"

나는 분명 처음부터 톡방이 아니라 대화 상대인 카콜라가 스토리에 올린 것을 봤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도 매우 당연한 것 마냥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 사람을 이해를 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볼링공으로 축구 연습을 하여 리오넬 메시가 되는 것이 더 쉬울 것만 같다는 생각만 들 정도였다.
그렇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매우 비참한 현실은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에게 욕을 한 것이 아니라 막 뭐라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머리 회전이 굉장히 빨라졌는지 현기증 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냥 지긋이 눈을 감고는 혼자 생각했다.

'아 X발 뭐라고 쳐 얘기해야 알아 쳐먹을까 X발. ㅈㄴ 짜증나는데 X발 하... 예전에 내가 암세포라 불렀던 놈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어쩌지 하...'

그렇게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 어차피 이해할 지능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점차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냥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냥 다른쪽으로 생각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이 들었고, 그렇게 그냥 단순 공감과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인생 중 가장 멍청한 짓거리 중 하나였고, 그렇게 나는 진짜로 볼링공으로 헤딩 연습을 하여 뇌세포가 죽어나가는 듯이 점차 그의 지능과 비슷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이게 훗날 엄청난 사건의 발단이 되는 도화선에 점화시킨 것이라는 것을 미처 모른채...

 

 


↓ 다음 편에 계속 ↓

 

5. 경계선

reicon.tistory.com/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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